허상의 안개 걷어낼 AI 지수
허상의 안개 걷어낼 AI 지수
AI 열풍 뒤에 숨은 실체와 부작용 직시해야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는 밀랍 날개를 달고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갔다가 추락했다. 기술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인 과신과 탐욕이 불러온 비극이다. 작금의 인공지능(AI) 열풍을 보고 있노라면 이카루스의 날개가 떠오른다. 챗GPT가 등장한 이후 인류는 유토피아적 환상에 젖어들었다. 하지만 화려한 기술의 이면에는 저작권 침해와 노동 시장의 교란, 막대한 에너지 소비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
미국 MIT 테크놀로지 리뷰가 제시한 AI 과대광고 지수(AI Hype Index)는 이러한 혼돈의 시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지수는 AI 기술을 유토피아와 파국(둠), 과대광고와 현실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분류해 현주소를 진단한다. 분석 결과는 냉정하다. 오픈AI의 혁신적 성취가 유토피아적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저작권 소송과 일자리 상실이라는 실존적 위협이 현실의 영역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갈등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했다. 미 일간지 등 언론사와 브리태니커 같은 지식 창고들이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알바니아 정부가 부패 척결을 위해 AI 감시 시스템을 도입하고, 미 보건당국이 AI 스타트업 창설을 검토하는 등 공공 영역의 침투도 거세다. 반면 기업들은 정작 핵심인 AI의 에너지 소비량이나 데이터 학습의 불투명성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거품과 실체의 간극이 벌어질수록 사회적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다.
혁신은 장려하되 그 이면에 숨은 거품은 걷어내야 한다.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현실의 부작용을 외면하는 것은 자승자박이나 다름없다. 정부와 기업은 AI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만을 노래할 게 아니라, 저작권 보호와 윤리적 가이드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기술의 성패는 얼마나 화려한 기능을 선보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책임감 있게 사회에 안착하느냐에 달려 있다. 허상의 안개를 걷어내야 비로소 지속 가능한 AI의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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