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가 된 청춘의 비명
재가 된 청춘의 비명
청년 번아웃 증후군 확산과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
1974년 뉴욕의 한 무료 진료소에서 심리학자 허버트 프로이덴버거는 헌신적인 활동가들이 갑자기 무기력에 빠지는 현상을 목격했다. 그는 마약 중독자의 혈관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상태를 일컫던 속어를 빌려 이를 '번아웃'(burnout)이라 명명했다. 열정의 불꽃이 사그라든 자리에 남은 것은 차가운 재와 냉소뿐이었다. 개인의 헌신을 동력 삼아 굴러가는 조직에서 가장 먼저 연소되는 대상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뜨겁게 일하던 이들이었다. 본래 약물 중독의 파괴성을 상징하던 이 단어는 이제 현대 노동 사회의 한계를 드러내는 보편적인 수사가 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번아웃을 건강 상태에 영향을 주는 직업 관련 현상으로 정의했다. 공식적인 질병은 아니지만, 직장 내에서 적절하게 관리되지 못한 만성적 스트레스가 가져온 결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번아웃이 개인의 나약함이 아닌 노동 환경의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스웨덴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한발 더 나아가 이를 '소진 장애'라는 직업병으로 인정한다. 번아웃을 겪는 노동자에게 유급 휴가와 치료 수당을 제공하는 제도적 장치는 사회가 그 위험과 비용을 함께 분담하겠다는 공동체적 선언이기도 하다.
한국 청년들의 현실은 이보다 훨씬 가혹한 지점에 놓여 있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19~34살 청년 세 명 중 한 명이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특히 사회 진입을 앞두거나 막 시작한 25~29살 구간에서 그 비중이 34.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소진의 원인이다. 직장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번아웃이 이제는 '진로 불안'이라는 이름으로 구직자와 대학생의 삶까지 침투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구조 속에서 끊임없는 자기착취를 강요받는 세대의 서글픈 초상이다.
번아웃을 겪는 청년의 자살률 증가 폭이 가파르다는 사실은 이 문제가 더 이상 심리 상담만으로 해결될 단계가 아님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는 무한 경쟁을 독려하고 실패를 낙인찍으면서 발생하는 심리적 붕괴를 오롯이 개인의 정신력 문제로 치부해 왔다. 플랫폼과 자본이 이윤을 독점하는 사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은 청년 세대에게 전가되었다. 사회가 청년의 소진을 방치하는 것은 미래라는 동력을 스스로 태워 없애는 일과 다름없다. 우리는 이들의 무기력을 개인의 나태함으로 오독하고 있지는 않은가. 청년이 다시 숨 쉴 수 있는 구조적 변화에 대해 공동체가 답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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