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조의 성벽과 0.9퍼센트의 나라... 부의 집중이 가져온 계층 고착화와 자산 양극화의 현주소

3000조의 성벽과 0.9퍼센트의 나라





3000조의 성벽과 0.9퍼센트의 나라

부의 집중이 가져온 계층 고착화와 자산 양극화의 현주소


총자산 100억 원은 되어야 부자라는 말이 더 이상 농담처럼 들리지 않는다. 최근 발표된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부가 얼마나 가파르게 특정 계층에 쏠리고 있는지 수치로 증명한다.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한국 부자는 15년 전 13만 명에서 현재 47만 6000명으로 세 배 넘게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총액은 3066조 원으로, 우리나라 전체 가계 금융자산의 60.8퍼센트를 차지한다. 인구의 단 0.9퍼센트가 가용 자금의 6할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파레토의 법칙으로 불리는 80 대 20의 비대칭을 넘어, 이제는 1퍼센트가 지배하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부의 팽창은 토마 피케티가 지적한 자본 수익률이 경제 성장률을 앞서는 현상과 궤를 같이한다. 과거 부의 원천이 주로 부동산이었다면, 이제는 사업소득과 금융투자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자산 증식의 사다리는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 부자들이 말하는 부의 씨앗인 종잣돈의 최소 기준은 5억 원에 달한다. 평범한 근로소득자가 생활비를 아껴가며 이 정도의 자본을 마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자본이 자본을 낳는 구조 속에서 출발선부터 다른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메울 수 없는 거대한 성벽이 된다.

자산의 수도권 쏠림과 부자 내부의 양극화도 심각한 문제다. 부자의 70퍼센트가 수도권에 거주하며 인프라와 정보의 독점을 향유한다. 특히 금융자산 300억 원 이상의 초고자산가 증가율은 일반 자산가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르다. 자본 권력의 정점에 있는 이들은 금과 가상자산 등 대체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발 빠르게 넓히며 위험을 분산하지만, 자산이 없는 다수의 서민은 인플레이션과 금리 변동의 위험을 온몸으로 받아낸다. 부가 축적되는 방식이 사회적 기여보다 자산의 자기 증식에 치중될 때, 공동체의 역동성은 사라지고 계층 간의 벽은 더욱 단단해진다.

성벽 안의 자산이 3000조 원을 돌파하는 동안, 성 밖의 시민들은 자산 형성은커녕 주거비와 가계부채의 늪에서 허덕인다. 0.9퍼센트의 부가 전체 가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는 민주주의의 토대인 중산층의 붕괴를 가속한다. 성벽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이동성은 낮아지고, 미래 세대는 노력보다 상속을 성공의 유일한 경로로 여기게 된다. 부의 집중이 가져온 이 거대한 비대칭을 방치한 채 사회적 통합을 말할 수 있을까. 3000조 원의 풍요 뒤에 가려진 나머지 99.1퍼센트의 상실감을 외면하는 사회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이제는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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