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고성장의 덫'... 한국 경제, 대만병-일본병 합병증 우려

잃어버린 '고성장의 덫'




잃어버린 '고성장의 덫'

한국 경제, '대만병'과 '일본병' 합친 신종 합병증 우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강력한 구조조정 처방을 받아냈다. 쓰라린 고통이었지만, 이후 한국 경제는 수출 중심의 역동적인 성장을 재개하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20여 년이 흐른 지금, 한국은 새로운 형태의 구조적 질병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고환율을 바탕으로 수출 성과를 내면서도 정작 국민 삶의 질은 정체되는 '대만병'과, 장기 저성장 및 고령화의 늪에 빠진 '일본병'이 결합된 복합 합병증의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명명한 '대만병'의 핵심은 '국민 삶의 희생'이다. 대만은 수출 경쟁력 유지를 위해 장기간 통화 가치를 저평가하고 저임금 구조를 용인해 왔다. 그 결과, 수출 기업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와 외환보유액을 쌓았지만, 수입 물가는 상승하고 임금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이는 저소득층 가계의 구매력을 희생시켜 수출 기업에 부를 이전하는 구조적 왜곡을 낳았다. 타이베이의 주택 구매력 지수(PIR)가 34.3년으로, 서울(26.1년)은 물론 도쿄(15.2배)를 훨씬 능가하는 부동산 폭등은 저임금과 고환율 정책이 초래한 부작용의 상징이다.

문제는 한국이 대만의 경험을 답습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미 1~2%대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유사한 경로를 걷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되면, 기업들은 국내 투자를 주저하고 해외 공장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산업 공동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수출로 벌어들인 이익이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면, 좋은 일자리는 줄어들고 임금 이중 구조는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다. 실제 대만은 수출 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 속에서 대졸 초임 임금이 한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저임금 문제를 안고 있다.

대만은 고환율에도 불구하고 7%대 고성장을 구가하는 역동성을 가졌고, 일본은 30년 침체 속에서도 탄탄한 내수 기반과 기초 제조 기술력이 버팀목이 되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도 수출 중심 구조로 인해 내수 기반이 취약하고, 고환율이 의도치 않은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되고 있어 상황이 더 어렵다는 분석이다. 두 선진국의 단점만을 합친 '합병증'은 한국 경제의 잠재력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이러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모두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단순히 환율을 방어하는 단기적 조치를 넘어, 기업이 미국 등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공장을 짓고 인력을 고용할 만한 충분한 매력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규제 완화와 인센티브를 통해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동시에, 반도체 외에도 조선, 화학, 철강 등 폭넓은 제조 기반이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사업 재편 및 기술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고성장의 덫'에서 벗어나 내실 있는 성장을 이루기 위한 과감한 체질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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