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과의 사랑, 기묘한 애착
유령과의 사랑, 기묘한 애착
현대인의 고립이 낳은 스펙트로필리아 현상과 변질된 욕망의 시장
1990년 개봉한 영화 사랑과 영혼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도자기 물레를 사이에 둔 두 주인공의 애틋한 몸짓은 시대를 초월한 로맨스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영화적 상상력을 넘어 실제 유령과 성적 교감을 나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른바 스펙트로필리아(Spectrophilia)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강렬한 성적 끌림을 뜻하는 이 용어는 이제 단순한 괴담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읽힌다.
과거라면 정신의학적 질환으로 치부됐을 이 기묘한 취향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당당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2년 팝스타 케샤가 초자연적 존재와의 경험을 고백하며 화제가 된 이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는 급속도로 팽창했다. 의학계는 이를 수면 마비 상태에서 겪는 환각 증상으로 분석하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엄연한 현실이다. 뚜렷한 증거는 없어도 이들의 믿음은 공고하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하이퍼 개인주의가 낳은 단면이다.
이런 현상의 이면에는 현대인의 극심한 고립과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상처를 피해 통제 가능한 환상으로 숨어드는 셈이다. 이는 최근 인공지능 연인이나 가상 캐릭터와의 교감에 열광하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인간이 아닌 대상과의 정서적 결합이 일종의 대안적 관계망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방증이다. 욕망의 대상이 생물학적 한계를 넘어 영적 존재와 기술적 실체로까지 무한 확장되는 형국이다.
유령과의 연애는 결국 채워지지 않는 인간의 근원적 결핍을 투영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진 시대에 욕망의 형태를 규정하는 잣대도 변할 수밖에 없다. 기괴한 취향으로 치부하기엔 그 속에 담긴 사회적 함의가 가볍지 않다. 관계의 단절이 심화될수록 보이지 않는 존재를 찾는 손길은 더욱 간절해질 것이다. 기술과 환상이 버무려진 기묘한 애착의 시장은 이미 문을 열었다.
#스펙트로필리아 #영혼 #고독 #하이퍼개인주의 #AI연인 #정신건강 #사회트렌드 #심리학 #인간관계 #욕망의시장
🚨주의: 이 블로그 자료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블로그에서 다루는 내용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특정 금융 상품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 블로그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