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의 투명한 장벽... 쿠팡의 책임 회피와 데이터 주권의 위기
플랫폼의 투명한 장벽
쿠팡의 책임 회피와 데이터 주권의 위기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장은 통역이 흐름을 끊고 책임은 증발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337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초유의 쿠팡 사태를 규명하는 자리였으나 실질적 지배자인 김범석 의장은 자리를 비웠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미국 국적의 경영진과 그들의 의례적인 사과였다. 플랫폼 권력이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적과 법적 구조를 방패 삼아 책임을 우회하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는 단순한 출석 거부를 넘어 자본은 국경을 넘나들며 이윤을 챙기되 책임은 지역적 한계와 언어의 장벽 뒤로 숨기는 전형적인 규제 회피의 기술이다.
역사적으로 거대 자본은 법인격이라는 가면을 활용해 위험을 사회에 전가해 왔다. 19세기 영국 동인도회사가 식민지 수탈의 책임을 본국 정부와 분리하며 몸집을 불렸듯 현대의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디지털 영토를 점령하면서도 법적 책임은 다국적 구조 속에 파편화한다. 과거 우버나 아마존이 각국에서 노동법과 세법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했던 알고리즘 뒤에 숨기 전략은 이제 한국에서 국적과 지배구조를 활용한 책임 지연 전략으로 진화했다. 플랫폼이 장악한 데이터는 국경이 없지만 그 피해를 입은 시민의 권리는 각국의 사법권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 갇히는 불균형이 발생한다.
쿠팡은 사고 발생 2주일이 지나서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공시했다. 중대 사고가 아니라는 로저스 임시 대표의 강변은 한국 시민의 민감한 정보가 그들에게는 단지 관리 비용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드러낸다. 한국 시장에서 천문학적 매출을 올리며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도 정작 사고의 뒷수습은 미국법과 영어라는 필터를 거치게 만드는 구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영업 정지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엄정 대응을 시사한 것은 플랫폼 권력의 오만이 임계점을 넘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징벌적 과징금을 넘어선 실질적 제재가 논의되는 이유는 플랫폼이 독점으로 얻는 편익보다 시민이 짊어지는 위험이 비대해졌기 때문이다.
정보기술의 발달은 플랫폼이라는 거대한 편리함을 선사했지만 그 이면에는 시민의 일상을 인질로 잡은 독점 권력이 도사리고 있다. 기업이 책임을 분산하기 위해 세운 투명한 장벽은 피해자가 권리를 되찾으려 할 때 비로소 단단한 철벽으로 변한다. 자본의 이동은 자유롭지만 책임은 정박해야 한다. 3370만 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회적 비용을 기업의 경영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할 때 디지털 주권은 설 자리를 잃는다. 국가와 국회가 김범석 쿠팡 의장에게 물어야 할 것은 단지 청문회 출석 여부가 아니다. 플랫폼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흔들 때 그 대가를 누가 치러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응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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