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댐의 균열... 한국은행의 ‘꼼수 유동화’가 키운 금융시장 불신과 국채 금리 역설
통화 댐의 균열
한국은행의 ‘꼼수 유동화’가 키운 금융시장의 불신과 국채 금리 역설
고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의 역설처럼, 운명을 피하려 할수록 그 운명을 향해 달려가는 경우가 있다. 최근 한국 금융시장의 기현상이 바로 그렇다. 한국은행이 무려 1조 5천억 원 규모의 국고채를 단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시장 금리가 급등하는 '통화 역설'이 발생했다. 일반적으로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돈값이 하락해 금리가 떨어져야 정상이지만, 장기 국채 금리는 오히려 3%대 중반을 돌파하며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앙은행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도 시장이 이를 불신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몇 년간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 만기를 7일 또는 14일 단위로 끝없이 연장하는 '스텔스 양적 완화'를 상시적으로 운용해 왔다. 이는 사실상 영구적인 돈 살포 효과를 낳으며 시중 통화량(M2)을 지난 4년간 15% 이상 급증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돈이 풀린 목적은 명확했다. 2022년 '둔촌일병 구하기'에서 시작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을 덮기 위함이다. 4년 전 구조조정 초기에 단행했으면 저렴했을 비용은, 희망고문에 시달린 시행사들을 '좀비' 기업으로 만들며 그 규모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으로 키웠다. 한국은행이 뿌린 돈은 PF 부실이라는 환부에 바른 '두꺼운 연고'에 불과했다.
돈을 풀어 부실 채권을 억지로 살려두는 '에버그리닝' 효과는 금융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극으로 치닫게 했다. 은행들은 한국은행이 결국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 아래 빚 독촉을 멈췄고, 그 결과 시장은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현재 금리 급등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금융시장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위험의 예고편이다. 환율 방어선이 무너지는 순간이 바로 '위험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더 이상 단기적인 돈 살포와 적자 재정으로 오늘 하루를 막아보겠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PF 부실이라는 곪은 환부를 국민연금 동원 등 단기 처방으로 덮으려 하기보다, 지금 당장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의 '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단기적 안정을 위한 정책 지연은 결국 국가적 재앙의 비용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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