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주의의 장례식... 미국 우선주의와 각자도생이 초래한 국제 연대의 붕괴

다자주의의 장례식




다자주의의 장례식

미국 우선주의와 각자도생이 초래한 국제 연대의 붕괴


1945년 산프란시스코 회의에서 탄생한 유엔은 전쟁 없는 세상과 공동 번영을 향한 인류의 열망을 담은 거대한 약속이었다. 국경을 넘는 기후 위기나 전염병, 무역 분쟁을 대화로 해결하자는 다자주의는 지난 수십 년간 국제 사회의 공공재로 기능했다. 그러나 2025년의 풍경은 황량하다.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불참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국제 협력의 장을 떠나면서, 공유된 비전은 각자도생의 논리로 대체되고 있다. 공동 성명은 빈껍데기만 남았고, 보편적 가치를 논하던 목소리는 자국의 실익을 챙기는 계산기 소리에 묻혔다.

역사는 다자주의의 힘이 위기에서 빛났음을 기억한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G20은 전례 없는 공조를 통해 대규모 재정 투입을 합의하며 세계 경제의 사령탑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금의 다자 기구들은 노쇠한 관료 조직으로 전락했다. 중국은 협력을 외치면서도 자국 중심의 중상주의를 고수하고, 미국은 규칙 기반의 질서를 스스로 허물고 있다. 그 빈자리를 메우는 것은 소다자주의(Plurilateralism)다. 마음 맞는 나라끼리만 뭉치는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 효율적일지 모르나, 보편 규범의 해체를 가속화한다. 끼리끼리 모인 집단 밖의 국가와 소외된 시민들은 보호받을 근거를 잃게 된다.

이러한 질서의 붕괴는 한국과 같은 중견국에 치명적인 위협이다. 규칙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힘의 논리뿐이기 때문이다. 거대 자본과 플랫폼, 권력은 규제받지 않는 공간에서 이윤을 극대화하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파괴와 노동권 침해의 비용을 시민들에게 떠넘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 배출 감축이나 디지털 인권 보호 같은 인류 공동의 과제는 누구의 책임도 아닌 영역으로 밀려난다. 국제 연대가 사라진 곳에서 가장 먼저 부서지는 것은 사회적 약자의 삶이다. 보편적 안전망이 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 과연 평화와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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