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원 캠핑 시장과 텐트의 배신
10조원 캠핑 시장과 텐트의 배신
캠핑 거품 붕괴, 자본이 소비자에게 전가한 위험
중고 거래 앱을 켜면 3년 전 '돈이 있어도 못 산다'던 명품 텐트들이 반값에 쏟아진다. 한때 10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불멍'의 낭만을 선사했던 캠핑 산업이 이토록 차갑게 식은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유행이 지나서라는 답은 너무 가볍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낳은 '도피의 상품화'가 자본의 탐욕과 결합했을 때, 시장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총체적 구조적 실패다.
팬데믹 시기, 캠핑은 봉쇄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수요는 폭발했고, 너도나도 텐트와 SUV를 구매하며 캠핑은 취미를 넘어선 일종의 '인증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그 진입 비용이었다. 거실용 텐트와 기본 장비 구색을 갖추는 데만 500만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다. 소형차 한 대 값에 육박하는 고가 장비를 구매해 육체적인 고통(장비 설치와 철수)을 감수하고서야 얻을 수 있는 '낭만'이었다. 일본에서도 애니메이션 열풍을 타고 캠핑 붐이 일었다가 짧은 시간 안에 거품이 꺼지며 시장이 폐허로 변했던 전례가 있다. 한국 사회는 그 전철을 더 빠르게 밟았다.
한국 캠핑 산업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은 '진입 장벽의 배신' 이후 찾아온 소비자 신뢰의 붕괴다. 500만원짜리 장비를 들고 고생하는 소비자들의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부추긴 것은 다름 아닌 캠핑장의 비상식적인 지대 추구 행위다. 수요 폭발을 기회 삼아 가격은 두 배 이상 올리면서도, 2박 강제 예약이나 각종 추가 요금을 붙여 질 낮은 시설을 제공했다. 샤워기 물이 졸졸 나오고 옆 텐트 소리가 다 들리는 곳에 일박 10만원 이상을 지불하는 비합리성을 소비자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 종식과 함께 해외여행이 재개되자, 값비싼 고생보다 '가성비 좋은 해방감'을 찾아 대거 시장을 이탈했다. 국내 브랜드보다 가격이 4분의 1 수준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의 저가 공세, 전기차의 V2L 기능 같은 기술 변화도 전통 장비 시장을 급격히 위축시켰다.
붕괴의 가장 고통스러운 여파는 가장 약한 고리에 집중된다. 뒤늦게 '글램핑은 무조건 흑자'라는 믿음으로 퇴직금을 털어 15억~20억 원을 들여 캠핑장을 차린 영세 자영업자들이 지금 헐값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단기 이익을 좇아 유행에 편승했던 자본은 유행이 끝나자 막대한 고정비용과 시설 경쟁의 위험을 이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했다. 캠핑 시장은 수억원짜리 캠핑카와 초호화 글램핑을 선호하는 극소수와 배낭 하나로 떠나는 간소한 시장으로 극단적 양극화를 겪으며 거대한 중간 시장이 붕괴됐다. 이는 중산층의 붕괴와 소비 양극화라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현상을 그대로 투영한다. 일시적 수요를 볼모로 '묻지마 투자'와 지대 추구를 일삼았던 자본과 산업 전체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비용인 셈이다. 창고에 처박힌 텐트의 잔해 속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의 '도피 욕망'과 이를 포착해 위험을 시민에게 전가하는 자본의 냉정한 현실을 동시에 목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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