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속의 광장... 알고리즘이 가둔 공론장과 탈진실의 늪
버블 속의 광장
알고리즘이 가둔 공론장과 탈진실의 늪
17세기 커피하우스는 근대 민주주의를 지탱한 공론장의 발원지였다. 신분과 관계없이 모여 신문을 읽고 이성적 토론을 벌이던 그곳에서 시민 의식은 싹텄다. 21세기 그 광장은 스마트폰 안으로 옮겨왔다. 하지만 디지털 광장은 과거와 다르다. 누구나 연결될 수 있다는 약속은 온데간데없고,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드는 알고리즘의 장막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용자의 취향과 편향에 맞춰 정보를 걸러내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다. 이 보이지 않는 벽은 나와 다른 의견을 소음으로 치부하게 만든다.
역사적으로 정보의 독점이나 왜곡은 권위주의 체제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탈진실(Post-Truth)은 기술 권력과 상업주의의 결합에서 기인한다. 미국 대선이나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과정에서 확인되었듯,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확증 편향을 자극해 수익을 극대화한다. 분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가짜 뉴스가 정제된 사실보다 6배 빠르게 유포된다는 연구 결과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을 드러낸다. 플랫폼 기업들은 초연결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갈등을 동력 삼아 광고 단가를 올리는 데 골몰한다. 사실의 우위보다 감정의 전염이 여론 형성의 주도권을 쥐게 된 배경이다.
한국 사회도 이 늪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치적 양극화는 디지털 기술을 타고 임계점에 다다랐다. 확증 편향에 갇힌 개개인은 자신과 다른 진영을 대화의 대상이 아닌 타도해야 할 적으로 규정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뒤늦게 가짜 뉴스 규제를 외치지만, 이는 늘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반론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로막힌다. 근본적인 문제는 법적 규제의 유무보다 위험과 갈등을 방치하며 수익을 챙기는 플랫폼의 사회적 책임 부재에 있다. 공론장의 붕괴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오롯이 시민들이 갈등과 혐오의 형태로 짊어지고 있다.
민주주의는 서로 다른 생각들이 부딪치고 조정되는 과정에서 생명력을 얻는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쳐놓은 가두리 양식장 안에서 시민은 합리적 토론자가 아닌, 데이터로 치환된 소비자로 전락했다. 기술이 인간의 인지 구조를 왜곡하고 공동체의 신뢰 자본을 갉아먹는 상황을 언제까지 방관할 것인가. 투명한 알고리즘 공개와 플랫폼의 공적 책무 강화 없이는 진실이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마주하는 화면 속 세상은 과연 객관적인 진실인가, 아니면 자본이 설계한 편안한 환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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