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꿈꾸는 영장류의 첫걸음
달을 꿈꾸는 영장류의 첫걸음
평가 지표 상실한 생성형 AI, 거품과 혁신의 갈림길에 서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대 워크숍에서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 세상은 금방이라도 기계가 인간을 대신할 것이라는 낙관론에 휩싸였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냉혹한 비판이 뒤따랐다. 철학자 휴버트 드레이퍼스는 당시의 인공지능 열풍을 첫걸음의 오류라고 꼬집었다. 나무 위에 올라간 영장류가 달 착륙을 향한 첫걸음을 뗐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신랄한 비유였다. 기초적인 성취를 근본적인 도약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였다.
오늘날 AI 시장은 다시 한번 그 갈림길에 서 있다. 엔비디아의 기업 가치가 5조 달러를 넘어서며 자본을 빨아들이는 반면, 챗GPT를 앞세운 오픈AI는 매년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소진하며 수익 모델 증명에 애를 먹고 있다. 1980년대 대출 자동화 등으로 기대를 모았던 전문가 시스템이 복잡한 변수를 통제하지 못해 무너졌던 과거와 묘하게 겹친다. 당시 AI 연구는 모든 상황을 규칙으로 인코딩하려다 기하급수적으로 폭발하는 경우의 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AI 겨울을 맞이했다.
암흑기를 끝낸 것은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가 도입한 벤치마크 시스템이었다. 막연한 연구비 지원 대신 숫자 인식이나 음성 변환처럼 명확하고 정량적인 목표를 달성한 팀에 보상을 주는 방식이다. 이 경쟁 체제는 연구자들을 머신러닝과 딥러닝이라는 효율적인 길로 몰아넣었고, 오늘날 생성형 AI의 토대를 닦았다. 문제는 지금의 생성형 AI가 다루는 영역이 더 이상 정답이 존재하는 객관적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파워포인트 제작이나 시 작성, 과학적 가설 수립 같은 창의적 작업에는 단 하나의 모범 답안이 없다. 정해진 시험지가 사라지니 현재의 AI 모델들은 기술적 진보를 증명할 정밀한 척도 대신 사용자들의 주관적인 느낌 테스트에 의존하고 있다. 평가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고, 관리할 수 없으면 개선할 수도 없다. 명확한 지표 없이 쏟아지는 막대한 투자는 인프라 구축인지, 아니면 거대한 신기루인지조차 판별하기 어렵게 만든다.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와 달에 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도약을 넘어선 새로운 항법 장치가 필요하다. 막연한 기대감에 기댄 투자는 언젠가 바닥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기업과 정부는 생성형 AI의 실질적인 효용을 입증할 새로운 평가 체계 수립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혁신의 속도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나침반이다. 이를 놓친다면 우리는 다시 나무 위로 쫓겨난 영장류의 처지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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