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섬에 갇힌 청년
불신의 섬에 갇힌 청년
삶의 만족도 하락과 고립이 드러낸 한국 사회의 무너진 신뢰 구조
고대 로마의 광장인 포룸은 시민들이 모여 신뢰를 쌓고 공동체의 운명을 논하던 곳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이 광장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은 사회적 자본, 즉 이웃과 국가를 향한 믿음이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청년 삶의 질 보고서는 한국의 젊은 세대가 이 광장에서 자발적으로 퇴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의 허리이자 미래여야 할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는 OECD 38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헬조선이라는 자조 섞인 유행어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욱 엄혹해졌다.
일본의 사토리 세대나 영국의 외로움 장관 신설은 청년의 고립이 개인의 심리적 문제가 아닌 구조적 재난임을 시사한다. 한국 청년 10명 중 3명은 육체적, 정신적 소진 상태인 번아웃을 겪고 있다. 이들이 느끼는 불안의 핵심은 노력과 보상의 연결고리가 끊겼다는 데 있다. 정당한 대가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에서 사회적 신뢰는 무너진다. 20대 이하의 절반이 우리 사회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수치는 공동체의 붕괴를 예고하는 위험 신호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과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청년들은 기부와 봉사라는 사회적 참여 대신 각자도생의 방어막을 선택하고 있다.
위험과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는 이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자본은 인턴 제도를 채용의 도구가 아닌 단기 소모품으로 활용하고, 국가는 청년 정책을 시혜적 보조금 지급 수준에 가두고 있다. 채용 약속을 번복하는 기업의 행태는 한 개인의 일상을 넘어 사회 전체의 신뢰 자산을 갉아먹는 행위다. 사회적 참여가 줄어드는 현상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약화시키고 장기적인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다. 청년들이 투표장으로 향하면서도 사회적 연대에는 냉담한 이유는 정치적 요구는 있으나 공동체에 대한 기대는 접었기 때문이다.
불신은 비용을 발생시킨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 시민들은 감시와 방어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청년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고립을 선택하는 것은 이들이 게을러서가 아니라, 부조리한 경쟁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최후의 수단이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도전과 혁신을 주문하기 전에 그들이 기댈 수 있는 안전망과 공정한 사다리를 복원했는지 자문해야 한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광장에 남을 시민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과연 청년들에게 다시 꿈을 꿀 자격을 줄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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