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독립'이 국민 신뢰를 해치는 역설

'사법부 독립'이 국민 신뢰를 해치는 역설



'사법부 독립'이 국민 신뢰를 해치는 역설

내란 재판 지연에 대한 법원장들의 '뒤늦은' 반대, 본질은 사법 정의의 속도와 책임


1996년 12월 16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권성)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 관련 항소심에서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노태우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1심 선고 후 불과 4개월 만의 일이었다.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1심부터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13개월이라는 비교적 신속한 시간 안에 마무리되었다. 당시 사법부는 재판 경험이 풍부한 형사수석부장들에게 사건을 맡겨 재판 지연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 고조를 미연에 방지했다.


'사법 정의의 속도'라는 근본 문제

현재 대한민국은 '12·3 내란' 사건의 1심 선고가 1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 정치적, 사회적 논란에 휩싸여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추진하자, 지난 5일 전국법원장회의는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사법부 독립을 앞세운 법원장들의 이 주장은 '사법 정의의 속도(Speedy Justice)'라는 근본적인 가치를 망각하는 역설로 들린다. 재판의 지연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재판부의 불필요한 행태가 이미 국민적 불신을 낳았고, 그 불신이 전담 재판부 논의라는 정치적 해법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와 '특별 재판소'의 맥락

물론 특정 사건만을 전담하는 특별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성 침해평등 원칙 위배라는 위헌 시비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사법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대한 국가적 위기나 대량 학살 등의 비상 상황에서는 일반적인 사법 절차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가 마련되곤 했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후 나치 전범을 심판했던 뉘른베르크 국제군사재판이나 르완다 학살 사건의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은 정치적, 역사적 중요성을 고려하여 사법적 자원을 집중한 사례다.

이러한 특수 재판 시스템은 사건의 심각성과 사회적 파장이 일반적인 사건을 초월할 때, 정의 실현의 시급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 사법 절차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핵심은 '신속하고 집중적인 재판'을 통해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고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우는 데 있었다. 1996년 전두환·노태우 재판의 신속한 진행도 사실상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법부가 스스로 자원을 집중한 자율적 특별 대응이었다.


'권력의 방패'가 된 사법 지연

오늘날 한국 사회는 내란 세력에 대한 단죄 지연으로 인해 '윤 어게인'을 외치는 극렬 지지자들이 기세를 올리고, 심지어 집권 여당 지도부가 불법 계엄을 공개적으로 옹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는 법원이 사회에 명확한 사법적 판단을 제때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한 방파제 역할 수행에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특히 국가 근간을 흔든 내란 사건에서는 사법부의 신속한 판단이 곧 민주주의 수호의 핵심이다. 법원장들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라는 정치적 압박을 비판하기에 앞서, 스스로 사법 자원을 총동원해 재판을 지연시킨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앞에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신속하고 집중적인 재판을 위한 모든 지원을 다 하겠다'는 막연한 선언만으로는 이미 바닥난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사법부가 진정으로 사법부 독립을 지키고자 한다면, 외부의 압박에 맞서기 이전에, 자본과 정치 권력이 위험과 비용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구조를 방치하지 않고 공정한 재판을 신속하게 완수할 때 가능하다. 국민의 불안과 불신을 해소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사법부는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


#내란재판 #사법부독립 #재판지연 #사법정의의속도 #권력과책임 #법원장회의 #전두환재판 #내란전담재판부 #사법신뢰 #민주주의수호


🚨주의: 이 블로그 자료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블로그에서 다루는 내용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특정 금융 상품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 블로그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