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1% 시대, 삶의 구조를 바꾸는 ‘평생 노동’의 의미

잠재성장률 1% 시대, 삶의 구조를 바꾸는 ‘평생 노동’의 의미

요즘 젊은 세대에게 가장 자주 주어지는 '재테크 조언' 중 하나는 역설적이게도 "백세까지 일하라"는 것이다. 고금리나 저금리, 주식 시장의 등락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는 왜 이 단순하고도 잔혹한 명제를 생존 전략의 첫 번째 단에 놓아야 하는가. 과연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과 의지의 문제일까, 아니면 우리가 맞이한 새로운 경제 구조가 강요하는 '구조적 운명'에 가까울까.

한국 경제는 인구 감소와 투자 둔화라는 두 개의 강력한 엔진이 꺼지면서 잠재성장률 1%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우리 경제가 물가 상승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능력이다. 이 수치의 하락은 성장의 동력이 근본적으로 고갈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과거의 일시적 불황과는 차원이 다른 구조적 장기 침체의 시작을 예고한다. 이미 일본이 1990년대 이후 겪었던 '잃어버린 30년'의 경로와 유사하게, 돈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저성장 저금리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기업은 '생존이 곧 성장'이라는 명제 아래 초과 공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과 차별화를 심화하고, 결국 산업 생태계의 쏠림 현상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거대한 거시 경제의 흐름은 개인의 삶의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재편하도록 강제한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한 직장(직)에서 정년까지 일하는 것이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는 근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직을 오래 유지하는 것을 넘어, 업(業), 즉 평생을 가져갈 수 있는 나만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월급 300만 원의 근로소득은 30억 원의 금융자산과 맞먹는 현금흐름"이라는 경제학적 분석은, 더 이상 금융 투자만으로는 노후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개인이 은퇴 후에도 '나갈 사무실'과 '적당한 용돈'을 확보하기 위해 평생 공부하고 일해야 하는 상황은, 저성장의 위험과 가계부채의 부담이 국가와 자본에서 시민 개인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저성장 시대의 가장 잔혹한 결과는 양극화의 심화이다. 성장의 과실이 상위 10%에게 집중되고, 나머지 계층의 실질 소득은 정체하는 현상은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 입증된 바 있다. 한국 역시 자산 가격 상승기에 막대한 부를 축적한 부동산 자산가와, 하락하는 근로소득에 의존해 힘겨운 생존을 이어가는 이들 간의 격차는 더욱 극명해질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재테크의 성패를 넘어, 사회적 공정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이 구조적 전환기에는 개인이 '업'을 통해 생존을 도모하는 노력만큼이나, 국가와 사회가 구조적 약자들을 위한 포용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절실하다. 평생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에게 실질적인 재교육과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고, 금융 리스크에 취약한 서민층을 보호할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잠재성장률 하락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 사회는 이 구조적 위험과 책임을 어떻게 분담하고 연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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