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용과 슬리퍼의 함정
외로운 용과 슬리퍼의 함정
단절의 시대, 외로움을 고독으로 승화시키는 기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비극 코리올라누스에서 유배를 떠나는 주인공을 은신처로 물러나는 외로운 용에 비유했다. 당시 외로움(lonely)은 그저 혼자 있는 물리적 상태를 뜻하는 단어였다. 이후 낭만주의 시대를 거치며 이 단어는 영혼의 결핍을 뜻하는 감정의 영역으로 진화했다. 오늘날 외로움은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전염병이자 심각한 공중보건의 위협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역설적으로 소외를 심화시켰다. 스마트폰과 재택근무는 연결의 편리함을 줬지만 정서적 고립을 키웠다. 영국에선 팬데믹 기간 인구의 절반이 외로움을 호소했다는 통계도 있다.(영국에선 정부부처 내각으로 외로움부를 설치했다.) 그러나 외로움(loneliness)과 고독(solitude)은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 타인에 의해 강제된 외로움은 비참한 형벌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자아를 성찰하고 경이로움을 체험하는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아늑한 고립을 선호하는 이른바 위대한 철수의 시대다. 사람들은 집 안에서 슬리퍼를 신고 안락한 격리를 즐기지만, 이는 문명을 지탱할 힘이 없는 부드러운 나태에 불과하다. 화면 너머의 상호작용은 결코 실재하는 친밀감을 대신하지 못한다. 고독이 주는 영감을 충분히 누리되, 타인과의 유대를 회복하는 친밀함의 기술을 다시 배워야 하는 이유다.
진정한 성숙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는 힘에서 나온다. 다만 그 고독이 세상으로부터의 도피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고립의 방을 열고 나와 타인을 충분히 사랑하고 포용할 때 비로소 삶은 온전해진다. 스스로 선택한 고독은 보약이지만 타인과 단절된 외로움은 독약이다. 친밀함을 잃어버린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슬리퍼가 아니라 신발 끈을 묶고 광장으로 나가는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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