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지성의 성벽화... 나무위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보의 요새가 될 때

집단지성의 성벽화




집단지성의 성벽화

나무위키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보의 요새가 될 때


과거 고대 도서관은 지식의 신성한 성소였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학자들은 세상의 모든 기록을 모아 인류의 보편적 진리를 탐구했다. 인터넷의 등장은 이 성소의 문턱을 없앴다.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위키 방식은 권위가 독점하던 지식을 광장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오늘날 이 광장은 타인의 진입을 가로막는 견고한 요새로 변하고 있다. 위키피디아의 창립자 지미 웨일스는 모든 이가 지식을 공유하는 세상을 꿈꿨으나 현실은 특정 성향의 편집자들이 주도권을 쥐는 다양성 결여의 문제로 얼룩졌다.

해외에서는 이를 지식의 게토화라 부른다. 위키피디아의 경우 편집자의 90퍼센트 이상이 남성인 탓에 여성 과학자나 예술가에 대한 기록이 지워지거나 축소되는 현상이 반복됐다. 정보의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시도는 소수 편집 집단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혔다. 집단지성이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것이라는 기대는 환상에 가깝다. 집단 내부의 동질성이 강해질수록 외부의 목소리를 배척하는 집단 사고는 더욱 공고해진다. 지식의 민주화가 아닌 지식의 사유화가 발생하는 지점이다.

한국의 나무위키는 이 현상의 극단적 단면을 보여준다. 최근 이 플랫폼은 특정 정치적 성향을 지닌 이들이 자신들의 세계관을 전파하고 사수하는 전장으로 변질됐다. 젠더나 정치 등 논쟁적 주제에서 나타나는 보수 요새화가 대표적이다. 소수의 집착적인 편집자가 반복적인 되돌리기 작업을 통해 편집권을 장악하면 일반 사용자의 참여는 원천 봉쇄된다. 토론 시스템은 합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다수의 위력으로 소수를 압도하는 배제의 기제로 작동한다. 결국 나무위키는 사실의 기록이 아닌 진영의 논리가 승리한 전리품들의 저장소가 된다.

이런 구조적 문제는 플랫폼 자본의 방임 아래 심화한다. 나무위키를 운영하는 파라과이 소재 법인 우만레는 관리 책임을 회피하며 막대한 광고 수익을 챙긴다.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 뒤에 숨어 증오 표현과 가짜 뉴스의 유통을 방조하는 셈이다. 지식이 소수 강경파에 의해 요새화될 때 시민의 알 권리는 침해되고 공론장은 파괴된다. 집단지성이 소수의 독단지성으로 전락한 현실에서 우리는 지식의 공공성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광장을 가로막은 저 높은 성벽을 허물 논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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