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하지 못하는 CEO의 비극
결단하지 못하는 CEO의 비극
지능보다 중요한 건 실행의 타이밍
19세기 프로이센의 군사 전략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터에서 가장 큰 죄악은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 결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파했다. 혼돈이 지배하는 전장에서 지휘관의 머뭇거림은 곧 아군의 전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총성 없는 전쟁터라 불리는 오늘날의 경영 현장에서도 변함없는 진리다. 아무리 천재적인 비전을 가진 창업자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방아쇠를 당기지 못하면 조직을 위기로 몰아넣는 평범한 관리자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실리콘밸리의 거물 투자자 벤 호로위츠는 창업자가 최고경영자로서 실패하는 결정적 요인으로 망설임을 지목한다. 아무리 똑똑한 리더라도 실행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그 지능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논리다. 특히 실적이 저조하거나 조직 문화를 해치는 임원을 내보내야 할 때 리더들은 흔히 함정에 빠진다. 대외 평판이나 대체 인력 부재를 핑계로 결정을 미루는 사이 조직 전체는 서서히 병들어 간다. 리더가 고민에 빠진 5분 동안 조직원들은 리더의 유약함을 목격하며 동력을 잃는다.
한국 기업사에서도 결정의 지연이 불러온 참사는 적지 않다. 글로벌 스마트폰 전환기에서 기존 성공 방식에 매몰되어 결단을 미뤘던 거대 제조사들이나 신사업 진출 시점을 놓친 유통 공룡들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최근 인공지능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많은 경영자가 다시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실패가 두려워 결정을 미루는 행위는 리더십의 부재이자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리더의 자신감은 완벽한 예측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결정조차 바로잡으며 나아가는 회복 탄력성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경영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리더의 몫이다. 완벽한 정보가 모두 모이기를 기다리는 리더에게 시장은 결코 기회를 허락하지 않는다. 비난받을 용기가 없는 리더는 혁신을 말할 자격도 없다. 조직의 미래를 바꾸고 싶다면 지금 당장 고민의 늪에서 벗어나 방아쇠를 당겨야 한다. 결단 없는 지능은 무능보다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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