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리더십, 그 위험한 환상... 정치적 무기로 전락한 수면 부족, 인간의 한계 부정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불면의 리더십, 그 위험한 환상




불면의 리더십, 그 위험한 환상

정치적 무기로 전락한 수면 부족, 인간의 한계 부정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1997년 기네스북은 의미심장한 결정을 내렸다. 18일 넘게 잠을 자지 않은 로버트 맥도널드의 기록을 끝으로 최장 시간 불면 부문을 폐지했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가혹한 기록 경쟁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잠은 정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공인된 기록 기관이 먼저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과학과 상식이 지배해야 할 21세기에도 잠은 여전히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서 있다.

정치권에서 잠은 흔히 무능과 쇠락의 상징으로 악용된다. 최근 <FT>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는 조 바이든을 슬리피 조라고 비하하며 잠을 정치적 격하의 도구로 삼았다. 반대로 자신은 밤새 SNS를 즐기며 잠 없는 강인함을 과시한다. 잠을 줄이는 것이 곧 애국이자 열정이며, 승자의 전유물이라는 논리다. 이는 인간을 성과를 짜내는 내구재로 치부하는 위험한 발상이다. 수면 부족이 판단력을 흐리고 감정 조절력을 마비시킨다는 의학적 경고는 정치적 수사 뒤로 숨어버린다.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도 이 위험한 흐름에 가세했다. 그는 워크 워크 워크를 외치며 하루 단 몇 시간만 자고 집무를 본다는 무용담을 자랑한다. OECD 국가 중 수면 시간이 가장 짧은 일본에서 리더의 이러한 불면 과시는 사회적 강박을 더욱 부추길 뿐이다. 마거릿 대처를 롤모델로 삼아 불면의 통치력을 강조하지만, 깨어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정책의 질이 비례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충혈된 눈은 국가의 위기가 아니라 리더 개인의 관리 부실을 방증할 뿐이다.

기술의 시대에 인간의 잠은 더욱 귀해졌다. 24시간 쉬지 않는 인공지능과 경쟁해야 하는 시대일수록 인간다움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불면을 훈장처럼 여기는 정치적 쇼는 인간성을 소모품으로 전락시킨다. 국가 경영에 필요한 것은 억지 불면으로 짜낸 노동이 아니라, 맑은 정신으로 내리는 올바른 결정이다. 휴식은 경쟁력의 결핍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필수 투자다. 잠들지 않는 리더가 반드시 깨어 있는 리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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