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분노, 그 치명적 중독
끓는 분노, 그 치명적 중독
'분노 미끼' 확산이 경고하는 이성과 합리성의 상실
옥스퍼드대 출판부가 선정한 올해의 단어는 ‘분노 미끼(Rage bait)’였다. 이는 조회수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분노를 유발하도록 설계된 콘텐츠를 뜻한다. 온라인 환경에서 집단적 감정을 자극해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방식이 이제는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한국에서 ‘긁’이라는 표현으로 나타나기도 하는 이 현상은, 사실 여부나 합리적 판단보다는 집단적 감정 구조에 의해 쉽게 촉발된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칭찬과 비난이 모두 과잉으로 동원되고, 공격 대상을 설정해 제거하는 과정 자체가 사회적 소통의 장치로 작동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분노 미끼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 영역에서 급속히 확산되며 이성과 합리성을 마비시킨다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더욱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언어를 부추겨 중독을 유발하는 미디어 환경을 만들었고, 사람들은 이에 끊임없이 노출되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뇌 썩음(Brain rot, 옥스퍼드의 작년의 단어)’ 상태에 빠져들었다. 분노 미끼는 이 상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감정을 타인에게 투사하고 처벌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특정 인물을 타깃으로 극단적인 비난을 퍼붓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기존의 방식으로는 리스크를 해지하기 어려운 통제 불능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기업의 위기관리나 정부의 정책 커뮤니케이션 역시 이러한 새로운 환경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처럼 합리적인 논리와 사실적 해명만으로는 집단화된 분노의 파도를 막아내기 어렵다. 오히려 해명을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분노 미끼의 확산을 더욱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논란이 발생했을 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명확하거나 반격할 근거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즉시 ‘전장에서 빠지는 것’이 최우선 전략으로 고려될 만큼 상황은 비이성적으로 변했다.
분노 미끼 현상은 우리 사회가 공론장에서 점차 이성적 토론 능력을 상실하고, 감정적 소비와 처벌 기제에 중독되어 가고 있다는 위험한 징후다. 특히 사실이 아닌 정보나 선동적 주장이 집단적 분노를 통해 급격히 증폭될 때, 사회적 비용과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미디어 플랫폼 제공자들 역시 이 감정 동원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감정의 즉각적인 분출을 부르는 콘텐츠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고, 잠시 멈춰서 사실과 진실을 숙고하는 태도를 회복해야 한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대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사회 전체의 합리적 의사결정 체계는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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