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한 사람들의 '능력의 환상'
똑똑한 사람들의 '능력의 환상'
AI 리터러시가 높을수록 더 위험해지는 '역 더닝-크루거 효과'
'무지한 자의 축복(Blessing of the ignorant)'이라는 역설을 아는가.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일컫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는 능력이 부족할수록 자신감은 하늘을 찌르는 인간의 보편적인 인지 오류를 설명한다. 우리는 통상 전문가 집단이 더 냉철하고 비판적인 자기 평가를 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지식 엔진 앞에서 이 법칙은 섬뜩하게도 정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새로운 AI 시대의 '사고의 외주화'
최근 핀란드 알토 대학교 로빈 벨쉬 교수가 이끈 연구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거대언어모델(LLMs)과 상호작용할 때, 숙련도를 불문하고 모든 사용자가 자신의 성과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AI 리터러시(활용 능력)가 높다고 자부하는 사용자일수록 초보자보다 자신의 수행 능력을 더 심하게 과대평가하는, 이른바 '역 더닝-크루거 효과(Reverse Dunning-Kruger)'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이는 AI를 '잘 다루는 사람'이 시스템의 유창함에 속아 자신의 기여도를 착각하게 되는 위험한 현상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착각에 그치지 않는다. 대다수 참가자는 질문을 그대로 AI에 복사해 넣고 단 한 번의 답변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인지적 하역(Cognitive Offloading)', 즉 사고의 외주화를 보였다. 이는 비판적 사고 과정과 지식의 검증을 AI 시스템에 맹목적으로 맡기는 행위다.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도구 사용으로 당장 업무 성과가 향상될 수는 있어도, 그 성과가 온전히 자신의 실력이라고 착각하는 '능력의 환상(Illusion of Competence)'에 빠지기 쉬워진다. 이는 장기적으로 정보 검증 능력 저하(Dumbing down)와 업무 역량의 탈숙련화(De-skilling)라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뉴로사이언스 뉴스>(Neuroscience News.com)는 이를 두고 "사용자가 반성이나 재확인 없이 시스템의 출력을 신뢰하는 현상"이라며 "전문가들은 AI 활용 능력만으로는 부족하며, 사람들이 자신의 오류를 인식할 수 있도록 메타인지와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통해 본 '기술 의존성'의 그늘
기술이 인간의 메타인지(자신의 인지 과정을 성찰하는 능력)를 저해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소크라테스는 문자의 발명이 '기억의 퇴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문자는 지식을 저장하고 확장하는 훌륭한 도구가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AI가 유발하는 '하역'은 문자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문자는 사고를 저장하고 전달하지만, AI는 사고의 추론 과정 자체를 대체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19세기 미국의 숙련된 마부들이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탈숙련화를 경험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그러나 그때는 기술 변화로 인해 새로운 직업으로 전환할 물리적 시간이 있었으나, 지금의 AI는 이전 기술 혁명과 달리 인간의 인지 능력 자체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권력과 플랫폼, 자본이 위험과 비용을 개인 사용자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심화된다는 점이다. AI 리터러시라는 '능력'을 요구하면서도, 그 리터러시가 과신을 낳아 발생하는 오류와 위험에 대한 책임은 고스란히 개인의 몫이 된다.
비판적 성찰이 만드는 새로운 AI 리터러시
이러한 메타인지 격차(Metacognition Gap)를 해소하고, AI 시스템이 부추기는 '과신'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단순히 도구의 사용법을 아는 것을 넘어, 상호작용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우리는 AI의 유창함이 아닌, 그 추론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해야 한다.
연구팀은 AI가 사용자에게 자신의 추론을 설명해달라고 되묻는 '역질문' 방식을 제안한다. 사용자가 자신의 '지식의 환상(Illusion of Knowledge)'을 직면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업과 사회는 단기적인 성과 향상이라는 달콤함에 취하기보다, AI 도구들이 사용자의 메타인지를 키우고 실수로부터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도록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AI 사용의 윤리적 책임은 시스템의 '유능함'을 맹신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자신의 판단과 추론 과정을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AI를 통해 '더 똑똑해지는 것(Smarter)'을 넘어 '더 현명해지는 것(Wiser)'을 목표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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