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사이클의 경고
빅 사이클의 경고
레이 달리오의 거시적 통찰과 한국 경제의 선택
역사는 반복된다는 투키디데스의 통찰은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고대 그리스의 패권 다툼이나 현대의 기술 패권 전쟁이나 그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이를 ‘빅 사이클(Big Cycl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그는 작금의 혼란을 단편적인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거대한 역사의 수레바퀴가 돌아가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규정한다.
오늘날 세계는 전례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글로벌 팬데믹이 남긴 상흔이 가시기도 전에 인공지능(AI)이라는 파괴적 기술이 등장했다. 미·중 갈등은 단순한 무역 전쟁을 넘어 군사적·기술적 패권 다툼으로 번진 지 오래다. 내부적으로는 부채 위기와 빈부 격차가 사회 시스템의 하중을 키우고 있다. 대다수 대중이 매일 쏟아지는 자극적인 뉴스에 매몰될 때, 누군가는 이 현상들 이면의 인과관계를 읽어내야 한다.
달리오는 부채의 순환, 내부적 갈등, 그리고 외부적 힘의 균형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현재의 지정학적 위기와 경제적 불안은 이 축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만들어내는 변곡점이다. 1930년대 대공황 직전의 모습과 판박이라는 경고는 결코 가볍지 않다. 역사의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것 같다는 그의 말은 우리에게 냉철한 현실 인식을 요구한다.
한국 경제는 이 거대한 폭풍의 한복판에 서 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상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금리 변동의 직격탄을 피할 길은 없다. 당장의 지표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시스템의 복원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부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AI 등 핵심 기술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영악한 생존 전략이 절실하다.
빅 사이클의 거센 파도를 넘으려면 단기 처방에 급급한 근시안적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구조적 결함을 외면한 채 땜질식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침몰하는 배의 구멍을 손바닥으로 막는 격이다. 거시적 안목으로 판을 읽고 체질 개선에 나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역사는 준비된 자에게만 반복되는 비극에서 벗어날 기회를 허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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