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탈출, 원화가 버림받는 이유... 무너진 보상 체계와 자본 유출의 구조적 함의

돈의 탈출, 원화가 버림받는 이유





돈의 탈출, 원화가 버림받는 이유

무너진 보상 체계와 자본 유출의 구조적 함의


워런 버핏의 영원한 동반자 찰리 멍거는 인센티브를 보여주면 결과를 말해주겠다고 단언했다. 경제 주체의 행동을 결정하는 동력은 도덕이나 애국심이 아닌 보상의 구조라는 뜻이다. 최근 원 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위협하는 현상은 단순히 대외 변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이는 한국 경제의 주체들이 더 이상 원화라는 자산에 머물 이유를 찾지 못해 벌어지는 집단적 이탈의 결과다. 돈을 쥔 이들에게 한국은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도, 자산을 지킬 안전처도 아니라는 서늘한 선언이다.

정치경제학자 알버트 허슈먼은 조직이나 국가가 쇠퇴할 때 구성원이 취하는 행동을 이탈과 항의, 충성으로 구분했다. 한국의 자본과 인재는 지금 침묵 속에서 이탈을 선택하고 있다. 기업의 해외 투자금은 이미 외환보유고의 두 배인 8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고령화로 인한 저성장과 치솟는 비용 속에서 기업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공장을 짓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인재의 흐름도 마찬가지다. 스탠퍼드대 인공지능 인덱스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 인재 순유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하위권인 35위다. 높은 소득세와 자산 형성의 높은 벽을 실감한 젊은 엘리트들은 기회가 열린 곳으로 주저 없이 떠나고 있다.

구조적 모순은 시장 내부에서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 주식 시장은 대주주에게는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막대한 이익을 보장하면서도, 소액 주주에게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배당의 인색함을 강요한다. 세금 없는 국내 주식 대신 22퍼센트의 세금을 내면서까지 미국 주식으로 떠나는 개인 투자자들의 행렬은 무너진 공정성에 대한 시장의 응답이다. 여기에 자산 30억 원을 넘기면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경직된 상속세 구조는 자산가들이 원화 자산을 처분하고 이민을 고민하게 만드는 결정적 방아쇠가 된다. 노력의 대가를 국가가 과도하게 환수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질 때 자본의 탈출은 가속화된다.

결국 권력과 플랫폼, 자본이 설계한 비효율의 비용은 원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이라는 이름으로 평범한 시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정부가 증권사 창구를 압박하는 식의 미봉책으로는 임계점을 넘은 자본의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 돈을 붙잡아두는 것은 통제나 단기적인 금리 처방이 아니라, 이곳에 머물며 투자하고 소비할 때 얻는 정당한 보상의 체계다. 기업이 공장을 짓고 청년들이 미래를 설계하며 자산가들이 부를 전수하고 싶은 사회적 인센티브가 작동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원화의 구조적 약세는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환율 #원달러환율 #인센티브 #자본유출 #상속세 #지배구조 #인재유출 #경제위기 #한국경제 #금융시장


🚨주의: 이 블로그 자료는 저작권에 의해 보호됩니다. 블로그에서 다루는 내용은 투자 권유를 목적으로 하지 않으며, 특정 금융 상품의 매수 또는 매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투자 결정은 전적으로 본인의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하며, 이 블로그에서 책임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