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밑의 식탁을 잃어버린 시대
발밑의 식탁을 잃어버린 시대
토착 식단 복원이 일깨우는 식량 주권과 땅의 기억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료품점에서 레몬을 사던 남자가 이웃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집 앞 길가에 거대한 레몬 나무가 버젓이 있는데 왜 굳이 돈을 주고 레몬을 사느냐는 물음이었다. 셰프 숀 셔먼(Sean Sherman)의 TED 강연에 나오는 일화로 식재료가 자연이 아닌 슈퍼마켓 매대에서 온다고 믿는 현대인의 단면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먹으면서도 그 음식이 내가 발을 딛고 선 땅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대개 망각하며 산다.
셔먼은 이를 식민지화된 식단이라 명명한다. 그는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밀가루와 설탕, 유제품, 그리고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외부 유입 식재료를 과감히 들어냈다. 대신 그 땅에 원래 존재했던 야생 쌀과 바이슨 고기, 이름 모를 들꽃을 식탁에 올린다. 미국에서는 1978년 원주민 종교자유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토착 식재료를 채집하는 행위 자체가 불법이었다. 음식을 통제하는 것은 곧 역사와 문화를 지우는 고도의 말살 정책이었던 셈이다.
현대의 산업화된 식단은 효율이라는 미명 아래 맛의 다양성을 거세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똑같은 프랜차이즈 맛에 길들여진 결과 우리는 정체성을 잃었다. 음식은 단순한 영양 공급원이 아니라 땅의 기억을 담은 정보다. 내가 서 있는 땅에서 자란 식재료를 이해하는 것은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다. 토착 식재료의 복원은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거대 자본과 유통망에 저당 잡힌 식량 주권을 되찾는 자립의 선언이다.
식량이 곧 권력이다. 먹거리를 스스로 통제하고 생산할 수 있을 때 공동체의 미래도 비로소 담보된다. 이제는 마트의 화려한 플라스틱 포장지 너머를 바라봐야 한다. 발밑에 널린 식탁을 발견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 그것이 산업화의 덫에서 벗어나 진정한 인간의 존엄을 회복하는 길이다. 혁신은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곁의 흙과 나무, 그리고 잊힌 토착의 맛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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