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의 종말인가 지성의 진화인가... 아날로그 권위가 해체된 디지털 광장에서 묻는 지식인의 새로운 소명

지식인의 종말인가 지성의 진화인가




지식인의 종말인가 지성의 진화인가

아날로그 권위가 해체된 디지털 광장에서 묻는 지식인의 새로운 소명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이라는 호칭이 낯설어졌다.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을 알고 그에 합당한 실천으로 나아가는 지성인이라는 표현보다, 특정 분야의 기술적 조언을 하는 전문가나 대중의 반응에 민감한 인플루언서라는 명칭이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한 인간이 사회 전체를 조망하고 도덕적 책무를 짊어지는 지식인이라는 상 자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지식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진 자리에는 파편화된 정보와 실시간으로 교환되는 감정적 공명만이 남았다.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 사건에서 나는 고발한다를 외치던 시절, 지식인은 권력에 맞설 지적 영리함과 도덕적 용기를 상징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르트르로 대표되는 앙가주망은 지식인에게 명확한 정치적 대안 제시와 사회 변혁 참여를 요구했다. 그러나 냉전 이후 지식인의 권위는 기성 제도의 효율적 작동을 돕는 전문 영역으로 분절되었다. 인쇄 매체와 방송이라는 아날로그 미디어가 여론 시장을 독점하던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지식인은 공동체의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선각자로 군림했으나, 디지털 혁명은 이들의 왕좌를 해체했다.

한국 사회에서도 지식인의 부침은 드라마틱했다. 개화기의 계몽 주체이자 일제강점기의 저항 세력이었던 지식인은 민주화 시기를 거치며 양심의 보루로 기능했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제도적 전문가가 양산되면서 저항적 지식인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최근 유튜브로 대표되는 무한 경쟁의 디지털 생태계는 기성 언론과 학계가 누려온 독점적 권위를 완전히 붕괴시켰다. 이제 대중은 누군가의 학위나 직함에 경도되지 않는다. 메시지의 정합성과 시민의 삶에 닿는 실감나는 통찰만이 영향력을 결정하는 척도가 되었다. 올드 미디어가 뉴미디어를 포퓰리즘이나 선동이라 폄훼하는 현상은 상실된 권력에 대한 박탈감의 투영에 가깝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인은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다. 검색 엔진과 인공지능이 지식의 나열을 대체한 시대에, 지식인의 역할은 시민의 눈높이에서 무엇을 물어야 할지 성찰하는 데 있다. 플랫폼 자본이 여론 시장의 틀을 쥐고 위험과 비용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구조 속에서, 지식인은 파편화된 대중을 연결하는 지적 매개자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고속도로처럼 시원하게 뻗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숱한 오류와 부작용 속에서도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 혼돈의 과정에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며 우리 공동체의 운명을 숙고하게 만드는 용기, 그것이 권위가 사라진 시대에 지성이 지켜야 할 마지막 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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