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라는 위험한 특권... 금본위제 폐기 이후의 통화 패권과 한국의 경제 안보

달러라는 위험한 특권




달러라는 위험한 특권

금본위제 폐기 이후의 통화 패권과 한국의 경제 안보


1971년 8월 15일,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전 세계를 향해 폭탄선언을 던졌다. 달러를 가져와도 더 이상 금으로 바꿔주지 않겠다는 금태환 정지 선언이었다. 이는 사실상의 채무불이행 선언이었으나 달러의 위상은 오히려 공고해졌다. 당시 미 재무장관 존 코널리가 유럽 경제대표단에게 던진 "달러는 우리 화폐지만, 문제는 당신들의 것"(Our Dollar, Your Problem)이라는 오만한 일갈은 현대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관통한다. 금이라는 실물 담보가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것은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거대하고 투명한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였다. 미국은 종이 조각에 불과한 달러를 찍어 전 세계의 실물 자원을 사들이고,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패권을 유지하는 이른바 과도한 특권을 누려왔다.

이러한 통화 패권의 그늘은 다른 강대국에서도 변주된다. 중국은 수십 년간 이어진 건설 열풍으로 주택 공급 과잉이라는 한계에 직면했다. 1인당 주택 면적이 유럽 선진국을 앞질렀음에도 유령 도시가 넘쳐나는 모순은 일대일로 사업이라는 외부 확장으로 분출된다. 자국 내 남는 자재와 인력을 해외 토목 사업으로 돌려 내부의 뇌관을 잠시 지연시키는 식이다. 미국이 달러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를 전 세계에 분담시키듯, 중국은 과잉 생산의 고통을 주변국으로 전이한다. 거대 자본과 권력이 결합한 국가 주도 경제 모델은 내부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보다 그 위험과 비용을 체제 밖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생명을 연장한다.

한국 경제는 이 거대한 고래들의 싸움터 한복판에 놓여 있다. 외환보유고를 미국 국채로 채우고 빅테크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강요받는 현실은 달러 패권에 대한 종속성을 더욱 심화시킨다. 미국이 자국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대규모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거나 금리를 급격히 조정할 때마다 한국의 서민 가계와 노동 현장은 즉각적인 타격을 입는다. 암호화폐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정부의 보증이 없는 불안정한 자산은 오히려 지하경제의 통로가 될 뿐 대안이 되기 어렵다. 강대국이 누리는 특권의 청구서는 결국 자본의 논리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배달된다. 특정 통화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경제 주권을 지키기 위한 다각화된 전략이 시급한 이유다. 우리는 과연 달러라는 거대한 파도가 덮칠 때 우리를 지켜줄 방파제를 제대로 쌓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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