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기는 왜 길을 잃었나... 알고리즘 시대 레거시 미디어가 직면한 권력 이동과 정론의 한계

문지기는 왜 길을 잃었나




문지기는 왜 길을 잃었나

알고리즘 시대 레거시 미디어가 직면한 권력 이동과 정론의 한계


어둠 속을 밝히는 등대나 성문을 지키는 파수꾼은 오랫동안 언론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비유였다. 편집국이라는 견고한 성벽 안에서 무엇이 뉴스인지 결정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게이트키핑은 언론이 독점해온 막강한 권한이었다. 18세기 영국에서 증기기관차가 등장했을 때 마차의 안전함을 강조하며 변화를 거부했던 이들처럼 전통 매체는 자신들만의 문법이 유일한 정답이라 믿어왔다. 그러나 정보의 흐름이 중앙 집중형에서 네트워크형으로 재편되면서 성문은 무너졌고 파수꾼의 호령은 소음 속에 묻히기 시작했다. 의제 설정의 주도권이 언론사 데스크에서 개인의 취향과 반응을 추적하는 알고리즘으로 이동한 결과다.

과거의 저널리즘이 전문가들이 정제한 정보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보내는 계몽의 과정이었다면 지금은 시민이 직접 현장을 중계하고 교차 검증에 참여하는 수평적 구조로 변모했다. 해외 선진 언론들은 일찍이 플랫폼을 배척하기보다 그 안으로 들어가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을 고민해왔다. 반면 한국의 레거시 미디어는 유튜브를 알고리즘에 낚인 확증편향의 온상으로 규정하며 물리적 거리두기에 치중했다. 이러한 태도는 미디어 권력의 이동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나 미개한 일탈로 치부하는 오판을 낳았다. 플랫폼은 이미 시민들의 새로운 공론장이 되었음에도 정론이라는 이름의 낡은 마차는 그들만의 궤도를 고집하며 대중의 시야에서 멀어졌다.

이러한 구조적 지체는 결정적인 위기의 순간에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다. 지난 12.3 내란 사태 당시 시민들은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며 여야의 입장을 1:1로 나열하는 보도 방식에 차가운 냉소를 보냈다. 헌정 질서가 파괴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시민이 원한 것은 단순한 현상 중계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에 기반한 명확한 판단과 규정이었다. 하지만 전통 매체는 전문성과 중립이라는 함정에 빠져 판단을 유보했고 그 공백을 유튜브와 뉴미디어가 채웠다. 이는 언론이 지켜야 할 중립이 기계적 공정함이 아니라 헌법과 민주주의라는 근본 가치에 있어야 함을 망각한 결과다. 전문가 독점 시대가 저물고 시민 저널리즘이 부상한 현실에서 계몽주의적 태도는 더 이상 신뢰의 자원이 되지 못한다.

결국 지금의 위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플랫폼을 배제하거나 시민을 가르치려 드는 오만한 관성으로는 무너진 영향력을 회복할 수 없다. 언론의 역할은 성문을 지키는 파수꾼에서 시민들이 광장에서 나누는 수많은 정보 사이의 맥락을 짚어주고 진위 여부를 교차 검증하는 협력적 동반자로 재정립되어야 한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파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존재하지만 그 형식을 고집하느라 본질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가. 문지기의 시대가 끝났음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새로운 언론의 길은 시작될 수 있다. 우리는 여전히 등대를 필요로 하지만 그 등대는 이제 바다가 아니라 배들 사이에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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